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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 속 중증장애인 노동자는 존재하는가 - 2026년 고용노동부 장관 신년사 성장 담론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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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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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일자
2026. 01. 06
제목
[논평]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 속 중증장애인 노동자는 존재하는가 - 2026년 고용노동부 장관 신년사 성장 담론에 묻다
붙임
“고용노동부는 2026년을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의 원년으로 삼겠습니다.” “먼저, 생산가능인구 급감에 대응하여 고령, 일하는 부모,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포용적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겠습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하여 장애인의 일할 기회를 확대하면서 고용안정과 직무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강화하겠습니다.”
— 2026년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 신년사 중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6년 신년사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노동이 배제된 성장이 아닌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말했다. 언뜻 보면 노동을 존엄의 조건으로, 일터 민주주의를 헌법적 가치로 정의하는 이 신년사가 노동해방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영훈 장관의 신년사에서 말하는 노동의 가치는 여전히 비장애 중심의 노동을 전제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 노동을 사유의 바깥에 두고 있다. 김영훈 장관은 장애인 노동자를 고령자, 이주노동자와 함께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포용적 노동시장 참여” 대상으로서 언급했다. 이 대목에서 장애인 노동은 권리의 문제가 아닌 구조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즉, 장애인 노동은 여전히 성장을 위해 포섭해야 할 대상이지, 성장의 개념 자체를 재구성하는 주체로 호명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 노동이 배제되어 온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장애인은 오랫동안 생산성, 효율, 경쟁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로 간주되어 왔다. 그 결과 노동권은 권리가 아니라 ‘가능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예외’로 취급되었다.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이하 전권협)가 중증장애인노동자와 함께 말해 온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장애인을 기존 노동시장에 맞추기 위해 재활·훈련하는 모델이 아니다. 노동이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묻는 실천이다.
지난 1월 2일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및 김영훈 노동부장관 면담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권협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제기한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7대 요구안은 새로운 특혜나 예외를 요구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법과 제도로 명시하라는 요구는,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시범사업이나 지자체 재량이 아닌 국가 책임 일자리로 전환하라는 요구이다.
신년사에서 김영훈 장관은 “국가가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인 노동에 있어 국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책임 있는 사용자인 적 없다. 신년사에서 얘기된 ‘장애인 의무고용률 상향’은 계속적으로 실패되어왔으며 중증장애인의 노동은 여전히 복지와 시혜의 언어 속에 머물러 있다. 또한 장관은 “임금체불은 절도”라 말했으나 최저임금법 제7조 폐지 요구는 아직 수용되지 않았다.
전권협의 요구는 장애인 노동을 예외로 취급해 온 차별적 임금 체계를 끝내라는 요구이며, 장애인 의무고용률 5% 로드맵을 수립해 수십 년간 지켜지지 않은 제도를 선언으로만 방치하지 말라는 요구이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 및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명문화, 고용부담금·고용장려금 개편, 근로지원인 예산 확대,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복지일자리 주 15시간 이상 전환,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혁신 및 공단 운영비 일반회계편성 역시 모두 노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신념을 실제 정책으로 증명하라는 요청이다.
2026년은 상징적인 해다. 2024년,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약 400명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가 해고되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원직 복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단지 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변경이 아니라, 권리로서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이 제도적으로 얼마나 취약한가를 드러낸 사건이다. 이 사태는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노동자를 단순한 노동시장 변수가 아닌 시민 주체로 인정하고 있는가?
중증장애인의 노동이 권리로서 정책적 안정성 안에 보장되고 있는가?
이는 중증장애인을 실존하는 권리 당사자이자 노동자로서 인정하는 문제이다. 고용노동부는 전권협의 질문에 대하여 1월 22일 실무협의와 1월 28일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에서 분명한 책임으로 응답해야 한다.
2026년은 추상적 선언의 해가 아니라, 오래 미뤄져 온 질문에 답해야 하는 해다. 고용노동부가 말하는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이 단순한 수사가 아닌 정책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국가가 외면해 온 장애인 노동권 문제에 분명히 응답해야 한다.

2026년 1월 6일(화)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